그럴수만 있다면
- 그럴 수만 있다면 - ‘이 과장, 오늘 한잔 어때?’ 또 그 놈의 한잔 타령이다. 언제나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는 굶주린 하이에나 처럼 저녁시간을 같이 지내 줄 동료를 찾아서 사무실 안을 빙빙 배회하는 신과장. 사람들은 이제 그의 행동에 자못 무덤덤 하기까질 한다. 사람들은 속으로 카드 값이 무섭지도 않은지, 저렇게 술을 퍼 마시다가는 언젠가 퍼질 날이 올 텐데 하는 걱정마저도 앞선다.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렇게 관리자의 순위까지 올라 오면서 유학파나 낙하산 계열이 아닌 다음에 어떻게 아직까지 혼자 살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했고. 그는 그 훤칠한 용모와 다르게 여자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듯이 산다. 여직원들 에게 조차 그 흔한 농담 한 번, 건네는 적이 없었으니까. 일이라면 또 그렇다. 어찌 그렇게 자기 회사인 것처럼 열심이고, 나서대며, 일을 처리하는지 타 부서와의 회의 시에 똥마려운 강아지 처럼 다른 부서의 일마저 부산하게 챙겨 들고 들어 오는 그를 말릴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직원은 없는 듯이 보였다. 나야 가정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정시 출퇴근 이지만, 언제나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커피를 몇 잔을 빼먹는지 셀 수도 없고, 언제나 먼저 퇴근하는 동료들을 배웅하는 그의 손짓을 보면 회사에 살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. 아직 총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이 있기는 해도 곧바로 신과장의 무덤덤함으로, 더하여 회사에서 죽 때리는 그의 행태로 보아 결혼이라도 했다가는 그 스트레스를 집안에서 고스란히 당할 생각에서 였는지 아예 관심을 접어 버리는 여자들이 대부분 이었다. 그와 가끔 술을 대작하는 유 대리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주량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또 특징이었다. 1,2차는 기본이고, 대개는 술을 마시다가 술이 깰 때까지 먹고야 만다는 신과장의 체력은 도저히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후문 이었다. 사내 체육대회나 단합대회 때에는 그 술 실력과 더불어 신과장의 노래솜씨가 돋보이는 때 이기도 했다.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