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느새 그녀가 방에 들어와 마흔 살이 넘어서도 번듯한 직장이 없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나 같은 놈에게 가족이라고 남아 있을 리 없다. 결혼을 한 번 하기는 했었지만 마누라는 나처럼 별 볼일 없는 놈을 진작에 떠나고 말았다. 애라도 낳았으면 서로 곤란했을 텐데 애가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. 나는 애초부터 연줄이나 기술이나 경력 같은 것들이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았다. 좀 힘이 있을 때는 공사판에서 일당 잡부를 했지만 요즘엔 일도 잘 없고 힘도 들고 해서 하지 않는다. 장래성이나 보수 같은 것은 따지지 않고 용역 회사에 소속되어서 거기서 보내 주는 곳으로 가서 일을 하면 그만이다. 주로 건물 관 리나 주차장 관리, 시설 관리 같은 것들을 하게 되는데 술을 마시고 몇 번 결근하거나 어쩌다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그 날로 그 직장은 끝이었다. 몇 번 그러다 보니 용역 회사에서도 일거리를 주지 않아 용역 회사마저 여러 군데 옮겨 다니고 있는 형편이었다. 지금은 강남에 있는 대형 건물 주차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조심하면서 지냈더니 벌써 일 년째 잘리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.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자꾸 잘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. 아무튼 나는 별로 불만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. 미래에 대해서 아무런 희망이 없으니까 그냥 그냥 잘 지낼 수 있는 것이다. 희망 같은 것이 있었으면 정말 하루하루가 괴로웠을 것이다. 이를테면 돈을 좀 모아보겠다든지 재혼이라도 해야겠다든지 하는 희망이 있었다면 말이다. 그런데 이렇게 조용히 잘 지내고 있는 내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. 일의 발단은 대략 한 달 전부터 시작되었다.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지겨운 날들 가운데 하루였는데 조금은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. 주차요금을 정산하고도 움직이지 않는 차가 한 대 있어서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숙이고 차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운전자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 채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. ...